생애 첫 고추말리기 도전기 3....................20190829
8월 한달은 뜨거운 햇살도 충분할 시기이지만,
그에반해 태풍과 빗줄기도 충분한 시기.
그래서 지난 8월 한달동안은 고추말리기를 위해
땀과함께, 뜨거운 태양과함께, 비오는날은 조마조마한 애간장과함께, 지낸 시간이었다.
고추말리기를 하면서 비둘기가 고추를 좋아한다는 색다른 사실도 알게되었고
그리하여 얄미운 비둘기를 피해, 뜨끈뜨끈한 옥상 바닥에 고추말리기를 포기하고
안전하게 옥상지붕아래 고추를 널어말려 바람과 뜨거운 열기로만 말려야했던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대신 태풍이 잦은 날씨에 비가와도, 바람이 불어도, 안심하고 고추말리기를 할 수 있었던 이로움도 있었다.
생전 처음 고추말리기에 도전은 했지만, 무지했던 탓에
네이버에서도 알려주지않는 아주 작은 디테일은 청소아주머니에게 전수받았던 것도
고추가루만들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큰 요인이 되어주었다.
고추를 빻기전 마지막 삼일동안은
완벽한 건조를 위해, 비둘기 상관하지않고, 뜨거운옥상바닥에 널어놓았다가
집에갈땐 상자에 쓸어담아 방수돗자리로 덮어만 두고 집에 갔었는데....
첫날밤에는 갑자기 밤에 내리는 빗소리에 잠도 못자고 애간장을 태웠었다.
약국에 출근하자마자 옥상에 올라가 고추안녕을 살펴보니...ㅠ.ㅠㅠ
덮어두긴해서 비는 맞지않았지만, 바닥에 흥건한 빗물이 고추까지 젖게할 줄을 꿈에도 계산 못했다.
거의 끝난 줄 알고 방심했던 요인이 실수였나보다.
끝났다고 생각해도 마지막까지는 끝이 아니니 초심을 잃지않아야한다.
비둘기가 오건말건, 우선 바싹 말리는게 최선이니, 뜨거운 햇살아래 고추 말리기를 하고는
점심시간 내내 고추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비둘기가 오지못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2일동안 겨우겨우 젖었던 고추를 말리고
청소아주머니가 흔쾌히 빻아다준다고해서 맡겨 빻아온 고추가루는.....
드디어 이렇게 아름다운 자태를 나타내었다.
색깔도 곱고 매운정도도 알맞게 매운것 같다.
10KG 한상자 가득 담겼던 통통했던 고추가루가
바싹 말려 가루로 빻아보니 1200그램이 나오니 3근이 겨우 나오게된다.
이번 생애처음 고추가루만들기에도전하면서
많은것을 알게되었다.
흔하디흔한 모든 손으로 만든 재료들은 쉬운 공정으로 만들어지는게 아니라는사실.
우선 철저한 지식이 있어야하고,
그것보다 중요한건, 무엇보다도 정성이 있어야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초심을 잃지않는 정성이 들어있어야한다는 위대한 진리를 몸으로 알게되었다.
흔하디흔한 고추가루 하나하나에 누군가의 정성이 분명히 들어갔을터인데
그동안 나는 얼마나 소홀히 대했던 고추가루였던가... 심히 반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