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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린 씨앗에게 미안하기................20171029엄마 2017. 11. 7. 15:03
올해 농사는
아무리 변명을 하여도
게으름을 부린 우리들이 할 말이 없다.
여름에는 찌는듯한 더위가 무서워서 갈 엄두도 못내다가
여름이 조금 지나고,바람불면 가야지 했다가
가을로 접어들면서는 원석아빠가 심장시술을 받는바람에 계속 갈 시간을 놓쳐버리고..
겨우 시간내서 가서 마주하게된 우리 앞마당은
폐허처럼 잡초만 무성한 모습으로 우리들을 맞이하고말았다.
때마다 뽑아주었던 잡초들이
몇 달 안 왔다고 이렇게 미친듯이 제 집처럼 자라나다니...
지나다니던 길이 어딘지도 모르겠고,
가는 길목을 찾았어도 거미줄이 가득 쳐져있어서 진입하기도 힘들었다.
바싹마른 고춧대에
작은 고추들이 매달려 햇빛보며 빨간 고추를 만들고 있는 수고가
안스러워보이기까지 했다.
오랫만에 하남에 오는 차 안에서
지난번 왔을때 보았던, 사과나무에 매달려있었던 사과 5개.
대추나무에 달려있을 대추들,
해마다 우리에게 일등품은 아니었지만 주렁주렁 주황색 감을 매달아
감을 선물해주던 감나무를 머리속으로 그리며 마당으로 들어섰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우리들에게 줄 자연의 선물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긴...뭘 바란담..
씨만 뿌려놓고 건사도 하지않은 땅에게....
뿌린만큼 거둔다는 명확한 진리를 이제야 깨달은것도 아닌것을....
그 와중에도
척박한 땅에서 묵묵히 과업을 수행한 작물들을 마주하고보니,
미안한 마음과 함께 자연의 섭리에대한 경외심까지 들었다.
씨뿌린 우리들을 얼마나 원망하며 저 과업들 수행했을까?
올해는 멀어진 하남을 고려해서
손이 안가는 고구마, 야콘을 중점으로 심었는데,
그 마저도 손을봐주지않아 이정도의 농작물을 수확한걸로
미안해하면서 만족해야했다.
책임지지못할 일은 하지도 말아야한다는 것...
마음아플일은 만들지도 말아야한다는 것..
야콘을 먹으면서, 고구마를 먹으면서
다시한번 되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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