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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무릎이 아파 동네 앞 산도 못 갈 정도였는데,
조금 나아진 덕분에
참으로, 참으로 오랫만에
일자산 산책길에 올랐다.
어느새 나뭇잎은 거의 떨어져 땅 위를 구르고,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쓸쓸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해준다.
산책길에 만나는 일자산은
언제나
계절따라 다른 모습으로 단장을 하고 맞아주었는데,
이번 산책길에선
바람에 날리는 갈대로, 늦가을의 정취를 선물해준다.
햇살을 받으며
바람따라 빛나는 갈대잎이 이리저리 휘날리는 모습이
마치 군무를 추는 듯....아름다왔다.
저 부드러운 손짓들...
내가 가끔 앉곤했던 벤치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햇살을 쪼이며 웅크리고 앉아있었고,,,
산등성이 산책길에선
나뭇잎이 다 떨어진, 새로심은 나무들이 일렬종대로 서서
가끔씩 오고가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
허브공원으로 가는 길목도
여지없이
쓸쓸한 11월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허브공원에 닿으니
역시나,,,,
반갑게도 꽃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나뭇잎도 다 떨어진 추운 바람부는 날씨인데도,
빠알간 꽃이 피워내다니...
역시 허브공원이야...
허브공원도 이제 겨울채비에 들어갔다.
비닐움막을 입혀주고..
내가 산책할때마다 온몸에 허브향을 마구마구 문질러대던 허브산책길이
통째로 움막이 쳐졌다.
내가 미처 인사도 하지못한
레몬버베나는
저 비닐움막 속에서 겨울을 나겠구나...
아직은 군데군데 남아있는 허브식물들이
그나마 쓸쓸한 풍경속에서 생기를 준다.
저 초록잎들 사이에 핀 꽃이
늦장부린게 부끄러운 듯 ...
허브공원 안 유리 온실안에도
겨울채비로 분주하다.
숨이 막힐 듯...
도시 생활을 하다보면,
가끔씩 흙,나무,돌,꽃들이 보고싶을때가 문득문득 생긴다.
시간을 낼 수도 없고, 멀리 갈 수도 없을때,
쉽게 찾게되는 나의 산책코스 일자산,
혼자서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서서
큰 찻길 하나를 건너서
조금만 걸어가면
숲이 나오고, 공기가 달라지고 눈앞의 세상이 달라진다.
햇살을 쪼이며
바람을 맞으며
큰 숨을 쉬면서
흙을 밟으며
산속에 묻혀 마냥 걷다보면,
나를 다시 찾은 듯...
내가 여기 있는 듯...
그런 일자산이 가까이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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